Q.
대표가 자꾸 말을 바꾸는데… 제가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전략 방향을 자주 바꾸는 상황은 어느 정도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시드 단계에서는 아직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B2C와 B2B 사이를 고민하기도 하고, 성장 지표와 손익 사이에서 기준이 바뀌기도 합니다.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고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변화 자체는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방향이 자주 바뀌면 팀의 실행력이 떨어지고, 특히 PM 역할을 하는 사람은 로드맵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어지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어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의 생각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조금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법입니다.
먼저 대표의 아이디어를 바로 전략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가설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B2B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방향을 전환하기보다는, “B2B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해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방향이 바뀌어도 전체 계획이 무너지기보다는 하나의 실험이 바뀌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장기 로드맵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6개월짜리 로드맵이 실제로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4주에서 8주 정도 단위의 실험 계획이나 우선순위 정도로 관리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회의에서는 가능하면 이번 기간에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한 번씩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단계가 PMF 검증이라면 매출이나 손익보다 사용자 반응과 데이터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목표 기준을 정리해 주면 논의 방향이 조금 안정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PM의 역할은 단순히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보다 대표의 아이디어를 구조화하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설로 바꾸고, 작은 실험으로 검증하면서 다음 방향을 찾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지금처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PM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완벽한 로드맵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도 일이 굴러가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 보시면 조금 덜 힘들게 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